Robowres 2001 (로보레스 2001)


1986년 오락실에 급 배치된 신형 프로 레슬링 게임을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저 뿐 아니라 온 동네가, 아니 오락실에 갈 수 있는 거의 모든 소년은 경악했을 겁니다. "서기 2001년 세계 강대국은 더 이상 전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쟁 대신 그 나라 과학 기술을 걸고 만든 거대로봇으로 프로레슬링 대결을 벌여 그 결과로 분쟁을 조정하게 되었다." 너무 멋진 설정입니다. . 

F1 경기가 레이서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세계 공학자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죠? 그보다 훨씬 스케일이 큰 대결인 겁니다. 게다가 당시는 냉전 시대이며 핵으로 발발되는 3차 세계대전을 두려워하던 시대였습니다. 냉전종식과 평화로운 분쟁 해결을 바란 한 게임 기획자의 숭고한 마음이 전해오지 않나요? 물론 그분도 몰랐을 겁니다. 냉전 종식 후에 세상이 또 얼마나 구리게 변할지는 ㅜㅠ

게임 간단히 소개하자면 미국, 일본, 소련, 프랑스 등 10개 강대국을 대표하는 로봇들이 등장하고 각 국가별로 특별한 기술이 세 가지씩 있었습니다. 이 로봇 하나를 골라서 무작위로 정해지는 적과 프로 레슬링 대결을 펼칩니다. 이기면 다음 상대, 지면 게임 끝. 2인 대결 가능했습니다. 말하자면 1986년에 능력이 다른 캐릭터 10명 중 하나를 선택해서 플레이하는 대전 게임이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뜯어보면 모든 로봇이 키도 같고, 스피드도 같고, 파워도 같으며, 팔이 4개라거나, 다리가 8개라거나 하는 인간을 벗어난 형태의 로봇도 없습니다. 인간으로 표현 못할 것도 없는 것을 오히려 로봇으로 그려서 색 좀 다르게 칠하고 해서 성의 없게 캐릭터 수만 늘린 것이라는 비난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1986년이었습니다. 당시의 기술력을 고려해야죠. 게다가 거대 로봇 사이에서 콩알만하게 보이는 인간 심판, 승리 포즈를 하고 있는 로봇 옆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있는 여인, 고철이 되어 수거되는 듯한 패배자의 처리 모습 등거대 로봇 소재를 풍부하게 살려낸 장치들이 많아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상대를 경기장 천정 높이까지 던지고 공중살법으로 마무리하는 피니시 기술인데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별로 오해한 꼬꼬마들은 우주까지 던진거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당시 21세기의 모습이 이렇게나 대단하게 그려졌었던 것을 회고합니다. 어디 로봇뿐이겠습니까? 버섯 모양에 기묘한 위치에 조명이 달린 미래의 아파트와 홀로그램으로 통화하는 전화기, 호버 크래프트처럼 떠서 달리는 자동차. 그 당시에 상상하던 21세기와 실제 21세기에는 큰 차이가 있어 실망스러울 정도입니다. 이 중 상당수는 학자들의 예측이었는데 말이죠.

또 10개 강대국은 영국, 일본, 미국, 캐나다, 프랑스, 멕시코, 소련, 호주, 이탈리아, 스웨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딱 봐도 저런 나라가 왜 저기 들어 잇고, 이런 나라는 왜 빠진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구성입니다. 당시 사회상 반영인 것이겠죠. 소련도 있고 미국도 있는데 중국이나 독일은 없어.... 헐..

가끔 과학채널 등에서 해주는 로봇 배틀 경기를 볼 때 1986년 소년 시절을 생각합니다. 리모트 콘르롤로 조작하고 작은 충격에 고장이 나고, 동네 술꾼 아저씨들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는 듯한 로봇 배틀은 1986년 오락실 게임을 보며 꿈꾸던 미래와는 사뭇 달라 웃음이 나올 지경이죠, 하지만 그 너머로 몇 백 년 뒤라도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세계 열강 로봇들의 대결을 추억합니다.




로보레스 2001의 추억이 떠오를 때 찾아보면 좋은 작품


프라레슬러 산시로
프라모델 조립 로봇들이 프로 레슬링 대결을 펼치는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프라레슬러 대장군이라는 해적판 만화로도 잘 알려진 작품. “산시로”라는 이름이 일본 싼마이 세계에서 가지는 의미가 있으나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죠.

리얼스틸
휴 잭맨 주연의 로봇 복싱 영화입니다. 인간보다 조금 큰 로봇이 등장하고 로봇을 사랑하는 소년, 그 사랑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로봇, 훌륭한 복서였지만 하류 인생을 살았던 아버지에게 찾아오는 기회, 이야기는 매우 전형적으로 흘러갑니다만 재미있습니다.

퍼시픽 림
이 영화는 1986년 로보레스 2001을 하던 소년이 생각하던 21세기의 영화보다 훨씬 멋집니다. 무조건 별 우주백만개. 여심을 잡지 못한 영화이기에 세계 흥행 성적은 별로였다고 하나 다행히 본전은 넘겼다고 합니다. 2편 빨리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각국 로봇 성능 평가 


H만 아니라면 뭘 고르던지 킥 공격 후 밥벌이 기술을 써서 차근차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데 적의 접근전 판정이 점점 좋아져서 14 스테이지 정도를 기점으로 사실상 공략이 불가능해지는 게임입니다. D와 J는 중거리에서 큰 데미지를 주는 기술이 하나씩 있어서 이후 공략이 가능했습니다.. 실수만 없다면 이론상 하루 종일도 가능했지만..

A 영국
불도깅 헤드록, 코코넛 크래시, 백드롭
접근전의 스페셜리스트로 강력합니다. 별 3개

B 일본
라리어트, 로우킥, 백브레이커
라리어트로 적 체력을 빨리 뺄 수 있고 마무리 백브레이커 궁극기로 고득점을 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판을 넘기면 점점 할 게 없어질 겁니다. 별 3개

C 미국
플라잉 사이드킥, 엘보우 배트, 숄더 드루
기술 구성이 일본과 비슷하지만 플라잉 사이드킥보다 라리어트가 범용성이 좋고 엘보우 배트는 쓸모 없는 기술입니다. 플라잉 사이드킥이 꽤 멋있어서 자주 선택하지만 성능은 별 2개

D 캐나다
웨이트 리프트, 엘보우 드롭, 서머솔트 킥
적으로 만나면 악몽과도 같은 상대인데 보디 리프트가 매우 시간을 많이 끄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라운드 시간이 겁나 짧고 주어진 시간 내에 못 끝내서 게임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웨이트 리프트는 봉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머솔프킥 하나만 잘 쓰고 실수만 안하면 한 시간 이상 즐길 수 있는 꼼수가 있습니다. 별 4개

E 프랑스
니 리프트, 브레인 버스터, 아토믹 드롭
아토믹 드롭은 초딩 사회에서 똥집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기술입니다. 뒤에서 들어서 무릎 위에 상대의 똥꼬를 내리치는 기술... 기술 구성이나 성능은 영국과 유사합니다. 별 3개

F 멕시코
플란차, 파워 슬램, 저먼 수플렉스 홀드
저먼 수플렉스 홀드는 일본 프로 레슬링에서는 원폭 굳히기라고도 합니다. 기술을 건 직후 즉시 폴로 이양되는 것이 특징. 플란차는 링 위에서 링 밖의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입니다. 테크니션의 느낌이 강합니다. 별 2개가 마땅하지만 애정으로 별 4개

G 소련
엘보 스매시, 서머솔트 드롭, 파일 드라이버
파일 드라이버 궁극기가 간지나고 엘보 스매시 동작이 아주 시원합니다. 별 3개

H 호주
플라잉 크로스 어택, 플라잉 보디 어택, 길로틴 드롭
최약체입니다. 플라잉 크로스 어택은 로브 반동 때만 나가고 플라잉 보디 어택은 아무도 맞아주지 않는 기술이며 길로틴 드롭은 게임을 다 이겼을 때 결정기로만 쓸 수 있는 기술입니다. 데미지 딜이 안되는 최약체 별. 1개

I 이탈리아
사이드 스플렉스, 숄더 버스터, 보디 프레스
H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적과 근접전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 있어서 H보다는 훠얼씬 좋습니다. 적으로 나오면 터무니없이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별 2개

J 스웨덴
스로트 촙, 소바트, 점핑 니 패트
소바트와 점핑 니 패트가 거의 같은 용도의 기술이라 안타깝지만 스로트 촙이 가격 시간이 짧아서 유용합니다. 게다가 소바트는 타이거 마스크의 대표 기술 중 하나가 아닌가? 애정을 가지고 쓸만합니다. 그리고 점핑 니 패트 하나로 아주 오래할 수 있는 꼼수가 있습니디. 캐나다 타입의 서머솔트 꼼수와 같은 방법이지만 점핑 니 패트 쪽이 적 가격 뒤에 자세 돌아오는 것이 빠르므로 이쪽이 더 쉽습니다. 150 분 이상의 플레이 기록이 자주 있습니다. (당시 소년들에게 물어보면 알겁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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