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본


블러드본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데몬즈소울과 다크소울의 연장선으로 나온 작품이죠. 사실 저의 소울 시리즈 경험은 다크소울 30분 해보고 어려워서 때려친 것이 전부였습니다. 죽고 부활 패턴 익혀서 재도전하지만 또 죽고 부활, 부활할 때마다 적도 부활하니 그때마다 “반야바라밀”을 외치는 기분이었습니다.

게임매장 직원의 추천으로 집어들긴 했습니다만 저는 이게 그 소울 시리즈 연장선 게임인줄은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안 샀죠 ㅜㅠ 게임 실행 전 인터넷에서 정보를 보니 헐...
하지만 중년의 품위 있는 아저씨가 매장 직원한테 물건 바꿔달라고 떼를 쓸 수는 없고, 여기 저기 게임 평가들이 좋긴 해서 포기하고 게임을 실행했습니다.

별 정보 없이 시작한 저는 다크 소울 생각나게 하는 악몽의 게임 플레이를 체험했습니다. 길거리에는 칼을 들고 덤비는 폭도 같은 무리들이 가득하고 골목에 숨어 있다가 튀어 나오는 적들도 많으며 잡졸1 하나도 저를 죽일 능력이 충분히 있는 그야말로 1초도 방심하면 안 되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적 디자인이나 사운드도 꽤 음산해서 무섭기마저 하더군요. 게임 패드 덜고 덜덜 떠는 중년 아저씨라니.

게임에 적응할 때까지 3시간은 아무런 진전도 없이 죽음의 행렬이었으며 좀비물의 생존자1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전투 액션은 아주 그럴 듯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는데 연타 콤보 공격 같은 것이 있지만 대부분 적은 슈퍼 아머가 있습니다. 아주 센 무기로 후려치기 전에는 맞으면서도 반격을 해요. 화려한 콤보 따위 개나 줘버리고 잡졸 하나도 1~2대 때리고 치고 빠지며 싸워야 하고 그나마도 다수에 둘러 쌓이지 않게 하나씩 유인해서 때려잡아야 합니다.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방법 중 하나는 패링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반격기입니다. 인간형으로 생긴 적은 보스 포함 이것만 잘 쓰면 쉽게 제압됩니다. 딜량이 엄청나고 반격기가 나가는 동안에는 무적 판정도 있어서 일대 다수 상황에서도 이것만 잘 나가면 하나씩 잡혀요. 창자를 손으로 잡아 뽑는 박력 있는 액션도 멋집니다. 그런데 이 패링 시도의 실패는 바로 피격과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기량이 쌓일 때 까지는 목숨 내놓고 하는 짓이에요. 게임에 익숙해져서 패링 시도한다고 까불다 보면 죽음을 맞이하고 그 때마다 오만하면 죽는다는 왕좌의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게임에는 크게 2가지의 자원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피의 유지, 또 하나는 계몽입니다. 피의 유지는 적을 죽일 때와 특정 아이템을 사용할 때 얻을 수 있으며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이자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경험치입니다. 그런데 게임에서 죽으면 피의 유지는 0이 되고 그 동안 죽였던 적들은 다시 살아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었던 자리에 죽기 직전 보유했던 피의 유지 덩어리가 남아 있고 그것을 습득하면 잃었던 피의 유지를 온전히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피의 유지 덩어리는 바로 전 목숨이 보유한 것만 남습니다... 말하자면 다량의 피의 유지를 보유하다가 죽고, 그걸 찾으러 가는 길에 또 죽으면 끝장이라는 거죠...

또 하나의 자원은 계몽, 이 자원은 플레이어가 얻게 되는 지식으로 보스를 잡을 때나 특정한 아이템을 사용하면 얻을 수 있으며 이 신비로운 지식을 습득한 결과 무식할 때는 모르던 것들이 보이게 되면서 게임 난이도가 살짝 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계몽을 줄여서 아이템을 살 수도 있습니다. 게임 중반 넘으면 계몽을 빨아먹는 마인드 플레이어 비슷한 크리쳐가 나오기 시작해요.

게임의 시작은 야수처럼 미쳐버린 사람들의 마을을 배경으로 늑대 인간이나 좀비 이야기 비슷한게 펼쳐지나 했는데, 아뿔싸 이것은 훼이크였고 게임의 중반 이후는 위대한 자라고 불리는 기괴하고 강력한 존재들과의 싸움으로 게임 분위기가 바뀝니다. 마을 사람들이 받은 피의 저주를 추적하는 와중에 외계와 교신해서 위대한 자를 불러내려 했던 교단도 나오고, 위대한 자가 숨어있는 장소를 알고 있는 대학교 학장도 나오고 위대한 자가 자손을 잉태하려 했던 흔적, 인간의 시체를 합성하여 위대한 자 비슷한 것을 만들려 했던 집단 등 러브크래프트 소설 분위기로 이야기는 반전돼요.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 고대신에 대해 알게 되면 미쳐서 죽는 것, 알고보니 계몽이란 게 그런 거였던 겁니다. 헐.

이 게임의 스토리 텔링은 기묘한데 스토리 컷신이 별로 없고 읽어도 그만이고 안 읽어도 상관 없는 게임 속 문서들을 읽으며 이게 이런 스토리구나 하고 알아가는 것일 뿐 게임에서 알려주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블러드본은 꽤 어려운 게임이지만 처음 3시간 동안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립니다. 이 게임이 그래도 액션RPG를 표방하는 게임이라 능력치 향상의 여지가 있고 공격력 같은 건 아주 많이 올려야 조금 반영되지만 피통은 그래도 조금 올려 놓으면 일격사를 안 당할 정도가 되고 플레이어의 경험과 시너지를 일으켜서 도망칠 곳 없이 싸워야 하는 보스전이 아니면 잘 안 죽을 정도가 되거든요. 캐릭터 능력치의 공격력 반영은 매우 적지만 점점 좋은 무기가 나오고 무기 강화도 할 수 있어서 결국은 할만해집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항상 1:1 전투로 유도해서 조심조심 잡으면 되는 게임이에요. 적이 꽤 강하긴 하지만 알고보면 1:1로도 못 잡을만큼 강한 잡졸은 거의 없더군요..

특히 좀 둔하지만 어지간한 적의 슈퍼 아머를 씹고 큰 경직을 주는 루드비히의 성검이라는 투 핸드 소드를 얻은 뒤부터는 게임이 많이 쉬워집니다. 이걸로 기본 공격 3~4회 휘둘러서 대부분의 적을 쉽게 녹일 수 있는데다 일부 보스의 약점 공략에도 탁월합니다. 이 정도 하면 플레이어의 기량 향상도 일어나서 돌발 상황 대처도 그럭저럭 하게 돼요. 적의 작은 경직에 맞춰 최대한의 딜을 넣는 요령도 생기고, 때릴 타이밍, 빠질 타이밍, 패링 타이밍에 익숙해지면서 플레이어 캐릭터도 스타일리쉬하고 찰진 액션을 보여줍니다. 일단 3시간만 참고 해보세요. 손에 착 붙는 조작감과 물 흐르는 듯한 전투로 푹 빠지게 될 겁니다. 중간 중간 오만해진 플레이어를 노리는 함정도 있고요.

게임은 거대한 단일맵이고 처음에는 갈 수 없는 곳이 많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열쇠 같은 아이템을 얻으며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납니다. 메트로베니아 액션 게임을 3D로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새로운 지역의 출발점 주변에는 어김없이 체크 포인트가 있고, 새로운 지역의 끝에는 어김없이 보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보스전 직전에는 게임 체크 포인트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 숏컷이 있습니다. 이 숏컷을 개방해두면 보스전에서 죽었을 때 적을 다 죽이며 갈 필요 없이 바로 보스에게 재도전이 가능해요.

간만에 섬뜩리만큼 손에 착착 감기는 인상적인 액션RPG 게임이었습니다. 단일 맵으로 이루어진 게임 구성은 메트로이드나 월하의 야상곡 이후의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와 비슷해요. 악마성 드라큘라는 몇 번 3D화 시도를 했다가 처절하게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 블러드본에서 이상적인 3D 악마성의 모습도 느꼈습니다. 플스4 전용 타이틀이라 많은 이들이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블러드본에 꽤 만족해서 다크 소울을 다시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빌려준 엑박 360을 회수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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