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헝겊 조각을 덧대어 큰 헝겊을 만드는 수예 기법을 패치워크라고 합니다. 과거 주로 이불을 만들 때 쓰였다는 이 기법은 색색의 헝겊 조각을 이어 붙인 모습의 큰 헝겊을 만들죠. 때문에 패치워크는 미봉책으로 수습하는 일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비디오 게임 특히 PC 게임에서 중대한 결함을 보완하거나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패치 파일을 만들어 게임을 고치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프로들이 최선을 다해 만드는 게임도 결국은 패치로 누덕누덕 기우는 패치워크를 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 패치워크에 대해 소비자는 낮은 완성도의 게임 발매에 대한 짜증을 내기보다는 성의 있는 사후관리와 장인정신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색의 헝겊 조각을 꿰어 만드는 이불이 예쁠 수도 있듯 패치워크가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여기 패치워크라는 2인용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패치워크로 점철되는 우리의 인생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 게임은 패치워크 이불을 누가 더 잘 만드는지 겨루는 게임입니다. 이불의 색 배합 따위는 중요치 않고 얼마나 큰 이불을 만드느냐가 점수의 기준. 9X9 크기의 게임판에 빈칸 1칸당 감점 2점. 인생에서 우리는 선행도 하고 악행도 하고 이타적인 일도 하고 이기적인 일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덕지덕지 붙은 것이 우리의 인생, 뭘 하든 후회없이 많이 하라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일 것입니다.
단추는 게임에서 헝겊 조각을 사기 위한 돈 역할을 하면서 게임이 끝나면 1점으로도 계산됩니다. 이것은 살아 생전의 재물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죠. 슬프게도 우리의 인생 최종 평가에도 재물은 일정한 영향을 미칩니다. 게임 중 우리는 재물의 의미를 과대평가하기 마련입니다. 게임 중간 과정에 제법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게임이 끝나고 남은 재물에 대한 평가는 고작 1점입니다. 개인판의 빈칸은 칸 당 감점 2점이고요. 1칸을 메우는 것과 단추 1개를 버는 것의 효율은 전자가 2배나 뛰어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게임 중 이 중요한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인생엔 노력과 함께 운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 게임에서 턴마다 선택할 수 있는 헝겊 조각은 항상 셋 중 하나로 주어집니다. 재물이 풍족하여 충분히 쓰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는 조각이 있고, 정말 좋은 조각인데 재물이 부족해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투입되는 재물이나 시간 대비 효율이 얼마나 좋은지를 기준으로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게임이 끝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재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와야 중요한 시기에서 좋은 조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물을 늘릴 기회를 주는 조각들은 대개 비싸거나 시간을 많이 요구합니다. 교육 같은 일은 지금 당장은 큰 의미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이겠죠. 매 턴 주어지는 3개의 선택은 여러 가지를 의미합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 탈선, 이직, 단기 아르바이트, 보드게임 커뮤니티 폐인되기 등등.
게임 중 재물을 얻을 기회가 생기는데 초반에는 정말 첫 월급처럼 쥐꼬리만한 보상을 얻습니다. 그리고 중간 과정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나중에는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신기하게도 재물에서 일방적으로 밀린 사람도 저렴하고 넓은 조각을 선택하는 전략이 가능하며 약간의 재물 차이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빨리 행동하는 사람은 게임에서 빈 칸을 메울 수 있는 기회로 보상을 얻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행동하는 사람에겐 좀 더 넓게 관망하고 인생의 전략을 세울 시간이 주어집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60칸 남짓이며 게임이기에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공평합니다.
패치워크는 게임입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재물로 시작하고 금수저 인생도 흙수저 인생도 없습니다.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하더라도 게임에서 지는 것 이상의 불이익이 없고 뭐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과감한 인생을 던져보세요. 게임이 끝난 뒤 완성된 이불은 여러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줄 겁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패치워크 게임과 함께 밤새도록 시와 사랑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합시다.